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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학은 독서와 작문의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독서라는 말 속의 '書'와 작문이라는 말 속의 '文'은 모두 글을 뜻한다. '글'은 문자 언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글을 '문자 언어 작품'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문자 언어 자료'라고 말하기도 하고, '문자 언어 담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수사학의 연구 대상은 방금 말한 문자 언어 작품이다.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수사학은, 연구 대상인 문자 언어 작품의 본질, 기능, 구조, 문자 언어 작품의 구조를 이루는 수많은 요소, 요소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리고 수사학은, 독서하는 방법 - 문자 언어 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방법 - 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고, 문자 언어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에 관한 지식을 제공한다. 또 수사학은, 작문하는 방법 - 문자 언어를 사용하여 생각을 정확하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작품을 구성하는 방법 - 에 관한 지식을 제공한다.

'수사학'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아주 낯선 말은 아니다. 중등학교에 다닐 때 누구나 국어 수업 시간에 여러 가지 비유를 '수사법'이라고 배우며, 세계사 수업 시간에는 수사학이 유럽 중세 시대 대학의 교양과정에서 가르치던 일곱 가지 교과 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배운다. 한국어 사전에는 '수사'가 말이나 글을 아름답게 다듬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고, '수사학'은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여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비유를 '수사법'이라고 가르치는 것이나 국어 사전의 정의는, 수사학을 잘못 이해하게 하거나 편견을 가지게 한다. 국어 수업 시간에 수사섭이라고 하여 가르치는 비유는 대부분 현대 수사학에서 작문할 때 사용하지 말라고 제안하는 비창조적이고 낡은 상투어에 속한다. 수사학에는 '수사법'이라는 용어가 없으며, 비유는 수사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문체 분야의 작은 부분 - 낱말의 선택과 사용 방법을 다루는 부분 속의 한 부분 - 을 차지할 뿐이다. 이 책은 수사학의 역사를 다루지 않지만, 수사학에 관한 불충분하고 피상적인 지식을 바로잡기 위해서 수사학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수사학은 가장 오래된 학문에 속한다. 수사학은 기원전 5 세기부터 19세기까지 거의 2,500년 동안 유럽에서 사용되고 발전되고 연구되고 교육되어 온 학문이다. 수사학은 오랜 기간 각 시대의 필요에 따라 변화하였다. 수사학은 처음에 재판에서 말로 이기기 위한 방법이었다. 즉 고발하거나 고발되어 변호를 할 때, 증거를 제시하고 증거로부터 얻은 결론을 내세워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는 방법이었다. 수사학은 정치 집회에서 정착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도록 설득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의식에서 신이나 거룩한 인물을 찬양하거나 축하하거나 위로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초기의 수사학은 공식적 음성 언어 구성 방법이었다. 키케로는 첫 단계는 발견, 둘째 단계는 배열, 셋째 단계는 문체, 넷째 단계는 기억, 다섯째 단계는 발표이다. 발견은 무슨 생각을 말할지를 찾는 것이고, 배열은 말할 생각의 순서를 경정하는 것이고, 문체는 생각을 나타내는 말을 다듬는 것이다. 기억은 전달할 생각의 순서와 생각을 표현한 말을 잊지 않도록 마음에 새기는 것이고, 발표는 한 곳에 모인 여러 사람에게 기억된 생각과 말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 후 수사학은 점차 문자 언어 자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치밀한 독서의 방법과 문자 언어 자료를 구성하는 세련된 작문의 방법으로 발전하였다. 수사학이 음성언어 구성 방법으로부터 문자 언어 구성 방법으로 바뀌면서, 공식적 음성 언어 절차의 두 단계, 이억과 발표가 생략되었다. '발견'과 '배열'은 논리학에 기초한 설득 방법으로 교육되었고, 문체는 시와 희곡의 독서 방법과 창작 방법으로 교육되었다.